나이브하다는 말, 상처인가 위로인가

나이브하다는 말, 상처인가 위로인가

 

나이브하다'는 말은 때론 미숙함의 비판이고, 때론 순수함에 대한 위로다. 그 말에 담긴 복잡한 감정의 결을 함께 들여다본다.

 

“넌 좀 나이브해.” 그 말의 무게

한 번쯤 들어봤을 말일 것이다. “넌 너무 나이브해.” 누군가는 그 말을 쿡 찌르듯 던졌고, 어떤 날은 그 말이 문득 머릿속에 떠올라 나를 자책하거나 위로하거나 했다.

'나이브하다'는 말은 이상하게도 칭찬과 비난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단어다. 어떤 사람은 그걸 순수하다고 해석하고, 또 다른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른다고 비꼰다.

그럼 나는, 그 말 속에서 어떻게 나를 바라봐야 할까? 이 글은 그런 질문에서 시작된다.

상처로서의 '나이브하다'

내가 들었던 나이브하다는 말 중 가장 아팠던 건, 실수를 했을 때였다.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했고, 그게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부담이 되었고, 그 결과 돌아온 말은 "넌 아직 세상을 몰라. 너무 나이브해."

그때 나는 그 말이 마치 ‘넌 미숙해’, ‘넌 준비 안 됐어’, ‘넌 바보야’ 라는 다른 말로 바뀌는 것처럼 느껴졌다.

나이브하다는 말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평가처럼 들리기도 한다. 어떤 감정은 그 단어 하나로 얕게 취급되기도 한다.

위로로서의 '나이브하다'

하지만 생각해보면, 나이브하다는 말은 또 한편으로는 “아직 망가지지 않았구나.”라는 뜻일 수도 있다.

계산 없이 사람을 믿고, 좋은 의도로 다가가며, 나쁜 마음보다 선한 마음이 먼저 드는 사람에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.

“넌 좀 나이브하긴 해. 근데 그게 너의 장점이야.”

이 말은 어떤 위로보다 따뜻하다.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순수함은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니까.

나이브함은 약점인가, 선택인가

우리는 어릴 적엔 누구나 나이브했다. 세상은 솔직한 말에 감동할 거라 믿었고, 노력하면 다 잘될 거라 생각했고,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용기라고 배웠다.

하지만 점점 우리는 배운다. 솔직함은 때로는 리스크이고, 나이브함은 경쟁에서 뒤처지는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을.

그래도 나는 묻고 싶다. 그렇다면 끝내 나이브함을 버리는 것이 정답일까? 아니면, 세상 속에서도 조금은 둔하게, 맑게 살아가는 방식도 존중받을 수 있을까?

조금은 나이브해도 괜찮다는 말

오늘도 나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또 “나이브하다”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. 하지만 이제는 그 말에 조금은 웃을 수 있을 것 같다.

그건 내가 아직 내 감정을 믿고 있고, 사람의 선함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르니까.

그래서 말하고 싶다. 나이브한 나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고.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성향이기도 하니까.

그리고 당신이 누군가에게 “넌 너무 나이브해”라고 말하게 된다면, 그 말에 온기를 실어주었으면 좋겠다.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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